[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일독을 권하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우리는 답답함을 느꼈다. 영화에 대한 답답함이 아니라 영화가 다루고 있는 상황,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고립된 조선의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다. 답답함은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남한산성 안에서 해결책 없는 말들을 주고 받는 조선 왕 인조와 관료들을 보며 느꼈던 답답함은 결국 살기위해 적의 군주에게 항복 의식을 치르는 인조의 모습을 보며 분노로 바뀐다. 영화가 끝나도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상황과 오늘날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 겹치며 답답함은 지속된다.

이런 답답함은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느낀다. 딱히 해결책이 없는 어떤 문제에 빠져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결책이나 실행 계획을 찾지 못할 때 우리는 답답함을 느낀다. 개인이 일상에서, 가정이나 직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은 영화 남한산성을 보며 느끼는 답답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선의 역사에서 느끼는 답답함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도 없고 해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답답함은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답답함도 있지만 대부분의 답답함은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 상황을 풀고 문제를 풀어야 해소된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답답함을 주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쉽지가 않다. 쉽다면 이미 문제가 아니다.

만약 당신이 남한산성에 고립된 조선 인조와 같은 상황에 처한 기업의 경영자라면 어떨까? 한 치 앞으로 나갈 수 없이 교착된 기업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인조의 리더십으로는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남한산성에서 보여준 인조의 리더십은 기업을 파산으로 몰고 갈 것이다. 리더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경영자는 기업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경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영자는 실패한 경영자라고 경영학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말한다. 능력 있는 경영자라면 인조처럼 남한산성의 답답한 상황으로 기업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을 침략하여 조선을 남한산성으로 몰아넣은 적의 군주 청 태종 홍타이지는 조선의 군주 인조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지도자다. 홍타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였다. 여진족을 통일하고 만주국을 세운 아버지 청 태조 누르하치에 이어 후계자가 된 홍타이지 앞에는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이 놓여있었다.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에서 저자 장한식은 이렇게 말한다.

“누르하치는 군대를 키우고 족속을 통일해 독립국가를 창건하기까지는 좌절없이 성공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그 이후의 사정은 달랐다. 나라를 세운다는 것과 국가를 유지·발전시킨다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금나라가 망하고 4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독립국을 세운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었지만 신생국의 앞길은 순탄하지 못했다. 문제는 경제였다.
한랭한 만주벌판에서 식량자립이 쉽지 않던 상황에서 요동의 한인들은 ‘새 나라’에 협력하지 않았고, 명의 금수(禁輸)조치로 인삼과 초피 등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경제적 활로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전쟁으로 난국을 타개하고자 하였지만 늙은 누르하치로서는 그 또한 성과가 없어 고단하였다. 결국 누르하치의 역사적 몫은 독립국가 창건에 한정됐고 한 단계 도약은 후계자의 책무로 남게 된 셈이었다.”

“창업주 누르하치가 1626년 8월 11일(양력 9월 30일) 숨진 뒤 8남 홍타이지(皇太極 1592~1643)가 후금의 2대 한(汗)이 되었다. 홍타이지가 한위(汗位)를 승계했던 시점 후금의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경제자립 방안이 막막한데다 정치적 리더십마저 확립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신생 만주국은 더 뻗어나가지 못하고 소멸할 수도 있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타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영자, CEO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자신 앞에 놓인 난제들을 차례로 해결해나갔다. 홍타이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저자 장한식은 이렇게 평가한다.

“지도자의 실력은 평시가 아니라 난세에 드러나는 법이다. 오랑캐의 용맹에다 지략까지 겸비했던 홍타이지는 중첩된 위기, 암울한 현실을 뚫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냈다. 높은 정치력으로 급한 불을 끈 다음 대대적인 내부정비에 착수하였다. ‘선내수 후외양(先內修 後外攘)’이란 말이 있다. ‘먼저 안을 닦은 뒤에 바깥을 무찌른다’는 뜻이다. 만주국 내부를 다지지 않고서는 외적을 공략할 수 없다는 이치를 홍타이지는 터득하고 있었다. 정교한 계획하에 치밀하게 진행된 내치개혁 덕분에 신생국 후금은 강력한 동원력을 갖춘 새로운 나라로 재탄생하였고 집권 10년 만에 ‘여진족의 나라 후금’에서 ‘다민족제국 대청(大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홍타이지는 독립국을 목표로 삼았던 창업주의 노선을 답습한 것이 아니라 질적인 고양과 규모 확대를 통해 강대한 제국으로 재창조하였다. 이런 점에서 홍타이지는 ‘창업주를 능가한 2세 경영’의 전범을 보여준 셈이니 현대 기업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홍타이지가 현대인이라면 중소기업을 물려받아 10여 년 사이 세계 최대기업으로 키워낸 2세 경영인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는 조선을 침략하고 정복한 오랑캐 홍타이지를 다룬 책이다. 저자 장한식은 기자의 관점에서 창업 정신으로 무장한 2세 경영자, 문제 해결자로서 홍타이지를 탐구하고 홍타이지의 지략과 리더십, 문제 해결자로서의 역량을 역사적 배경과 사건을 따라가며 독자에게 통찰력 있게 짚어준다.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유익이 크고 깊다. ⓒsansuya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장한식

21세기는 중국시대이다. 2014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10조 3천 500억 달러, 17조 4천억 달러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4조 8천억 달러인 세계 3위 일본의 2배 이상이다.(한국은 2014년 1조 4천 500억 달러였다.) 2019년에는 중국의 GDP가 20조 달러를 넘어서며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IMF는 예측하고 있다.(구매력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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