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 사고의 기준선

중국과 조선 지식인의 정신을 지배했던 철학은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라는 문제였습니다. 마음을 이해하는 여러 이론이 있었지만 크게 성즉리(성리학)와 심즉리(양명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성리학은 마음을 이분법으로 이해하고 양명학은 마음을 하나로 이해합니다. 중국의 주희가 심통성정이라는 논리를 정리한 이후 중국과 조선의 마음 이론은 마음을 리와 기의 조화와 대립으로 이해하는 쪽으로 흘러왔습니다. 특히 조선시대는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에서 보듯이 중국보다 더 치열하게 이분법으로 마음을 다루었습니다.

조선의 정신 유산을 이어받고 국토까지 이념으로 분단된 우리는 이분법 사고에 매우 익숙합니다. 매사를 자연스럽게 이분법으로 이해하고 재단합니다.  옳고 그름, 이편 저편, 좌파 우파, 진보 보수 등등.

이분법 사고는 편리합니다. 기준선을 정해 가르기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 경제 문제, 사회 문제, 이념 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효율적인 이분법 사고가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여러 사회 이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분법 사고는 오히려 봉합할 수 없는 갈등을 만들어 냅니다. 그 심각한 갈등 대립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시대적, 현실적 이유로 이분법 사고를 하루아침에 바꾸지 못합니다. 적당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당장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 이분법 사고의 기준선에 대한 통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양편으로 가르는 기준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익숙한 이분법을 인정하되 기준선을 어디다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합의하면 이분법의 효율성을 살리면서 갈등은 줄일 수 있습니다.

근대 이성의 시대를 연 칸트는 인간 이성의 한계와 기준선을 명확히 잡아 준 철학자입니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경험과 감각이 섞이지 않은 선험적 이성, 즉 순수 이성으로 인간의 도덕원리를 정의했습니다. 경험과 감각이 포함된 인간의 이성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구가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원리, 도덕기준을 정하려면 경험과 감각이 배제된 순수 이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선을 제시한 점이 칸트의 위대함입니다.

칸트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도 이분법 그 자체보다 기준선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개인과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선, 누구가 인정할 수 있는 가치선을 정해둔다면 합리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변화에 따라 기준선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기준선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역사의 기준선은 과거가 아니고 미래입니다. 개인이나 조직의 미래 생존과 번영이 논쟁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옳았다고 생각한 기준선이 미래에도 옳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분법 사고의 단점은 고정관념의 고착화입니다. 기준선이 고정된 이분법 사고로는 개인이나 조직,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증명합니다. 이분법 사고를 떨쳐낼 수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에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통찰하며  유연한 기준선을 정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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