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직업의 미래

모든 직업이 바뀐다. 앞으로 일은 인공지능이 하게 된다. 산업화가 진척되면서 인간의 손과 발을 대체했던 기계가 없이는 어떤 상품도 생산할 수 없게 되었듯이 앞으로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없이는 어떠한 생산이나 경제행위도 불가능해진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그리고 막연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해진 미래 이야기다.

그런데, 이건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표현처럼 노동의 종말(the end of the work)이 오면 노동은 인공지능에게 맡겨놓고 인간은 삶을 즐기면 된다. 이것은 해피엔딩 아닌가? 인간이 노동 노예였던 시대가 끝나고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러 온 것이지 일하러 온 것이 아니다.

​말은 그럴듯한데 아직 좀 찜찜하다. “돈은 어떻게 버나?”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산업시대의 관념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 조상들이 동굴에서 살 때는 돈이 필요 없었다. 생활에 필요한 것은 자연에서 얻었고, 현대인들보다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이 높았었다.

또 살아가는데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쓸 물건은 인공지능 로봇이 만들어 갖다 준다. 그렇게 되면 상품의 가격은 제로로 수렴할 것이다. 가치를 부가하는데 들어가는 코스트가 제로로 가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상상해보자. 자동차의 가치사슬을 역으로 추적해가면 자연에 닿는다. 자연의 모래나 광물 등에서 재료를 채취하고 그것을 부품과 차체로 만들고 거기에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이다. 그 과정을 지금까지는 인간이 했기 때문에 단계마다 부가가치가 생겼고, 가격에 반영됐다.

그런데 채굴부터 운송, 제조, 조립 등을 인공지능 로봇이 한다면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치가 발생하지 않으면 가격도 없다. 그뿐인가? 운전도 인공지능이 해주면 인간은 굳이 소유하려 하지 말고 공유하면서 그냥 타고 다니면 된다. 농사도 인공지능 로봇이 해서 요리까지 만들어 갖다 바칠 것이다. 소도 로봇이 키운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근처 상점에 들어가서 그냥 들고 나오면 된다. 계산대에 가서 바코드를 찍을 필요도 없다. 공짜니까. 인간이 가치를 부가하지 않았으니 가격도 없다.

​이게 어떤 모습인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아마존고(AmazonGo)를 보면 된다. 아마존의 실험은 미래 쇼핑 모습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사람들이 아마존고에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그냥 들고 나온다. 점원도 없고 계산대도 없다. 물론 아마존고에서 공짜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마존고 매장 곳곳에 각종 센서와 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이 숨어있어 자동으로 결제까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영락없는 유토피아 아닌가?

일단 인공지능 생태계의 인프라가 갖춰지기만 하면 노동로봇이 공장도 가동하고 운송도 하고 또 다른 노동로봇도 인공지능이 만들면서 모든 일이 자동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리는 놀면서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 된다.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반론이 일 것이다.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어떻게 일 안 하고 놀기만 할 것인가?” 이런 생각 역시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잔재다. 수 천 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노예뿐이었다. 동굴에서 살던 조상들의 머릿속에는 일과 놀이의 구분조차 없었다.

이렇게 직장, 취직, 월급 등의 개념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네트워크상에서 커뮤니티와 연결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놀듯이 즐기면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입법 커뮤니티나 사법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도 있고, 예술가나 작가가 될 수도 있고, 데이터를 생산할 수도 있다. 자신의 적성과 비전에 부합하는 업을 하면서 삶을 즐기는 것이다. 생활비도 별로 들지 않는다. 인공지능 로봇들이 집도 지어줄 것이고, 운전도 해줄 것이고, 먹을 것 입을 것 만들어서 갖다 주니까. 생필품들은 가게에서 들고 나오면 되고,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면 생활용품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기타 용돈 정도는 기초소득으로 충당할 수 있다.

​상상 속의 유토피아 이야기 같지만 4차산업혁명의 본질은 에덴동산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인터넷과 블록체인을 통해 집단지성을 어떻게 발현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면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세상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세상보다 모르는 세상이 더 크듯이 내가 아는 ‘나’보다 내가 모르는 ‘나’가 더 크다.

당신의 눈과 생각을 너무 믿지 마시라. 생각에 지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더 큰 세상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용기 있게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거기에는 당신이 몰랐던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뜻밖의 창업] 김용태 저자


뜻밖의 창업

뜻밖의 창업

김용태

우리는 우리가 누군지를 모른다. 또 우리 몸과 머릿속에 얼마나 대단한 유전자가 잠재해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알을 깨고 그것을 끄집어내면 뜻밖의 세상을 만나게 된다. 스스로 비롯되는 자유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창업이다. 자신의 업(業)을 일으키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삶, 알을 깨고 바깥세상으로 나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