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조금 비우는 지혜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있습니다. 술을 가득 채우면 밑으로 흘러내려 술을 마실 수가 없고 7할 정도만 채워야 마실 수 있는 술잔입니다. 계영배처럼 욕심을 가득 채우지 않고 적당하게 비울 줄 알면 인생의 고수입니다. 그래서 욕심을 비우고 절제하는 미덕을 이야기할 때 계영배의 비유를 많이 사용합니다.

사람은 계영배와 달리 세상일에서 욕심을 적당하게 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영배 술잔이야 사이펀의 원리에 의해서 술이 7부 이상을 차면 저절로 밑 잔으로 빠지게 설계되어 있으니 술이 빠지지 않을 만큼 채울 수 있지만 세상일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적당한 시점에 멈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멈추어야 할 시점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계영배의 술잔처럼 신호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나 일에서 욕심을 멈추어야 할 적당한 순간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욕심과 탐욕을 한껏 부렸을 때를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욕심을 최대한 부려 내 이익이 최대가 될 때 다른 사람들과 관계, 일의 결과를 상상하고 그때를 숫자 10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내 욕심을 전혀 부리지 않을 때를 0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그 중간은 5가 됩니다. 일을 하면서 욕심을 전혀 부리지 않으면 남을 위해 봉사 활동하는 것이니 이익을 남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중간 지점인 5 정도에서 6~7 정도의 수준까지 욕심을 내면 그렇게 큰 허물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지점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먼저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사업이든 세상일에 전부를 걸면 위험이 배가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70%의 힘으로 하는 것과 100%의 힘으로 하는 것의 차이는 30%가 아니라 300%입니다. 100%의 힘을 사용하는 것을 도박으로 비유하면 풀베팅을 하는 것입니다. 풀베팅은 보통 긴장된 상태가 아닙니다. 모든 감각기관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하며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판에서 한시라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풀베팅의 상태입니다.

일에서 욕심을 10의 수준으로 내면 도박판에서 풀베팅을 하는 사람처럼 다른 사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내 이익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이익을 가져갈까 봐 극도로 긴장하며 지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태의 비즈니스를 하고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아주 작은 변수에도 크게 출렁거리며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 게임은 이런 상황을 더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18홀의 골프 게임을 할 때 보통 초보자들은 평균 100~120타 정도를 치고 고수들은 평균 70~80타 정도를 칩니다. 초보자들은 스윙을 할 때마다 풀스윙을 합니다. 그러나 고수들은 풀스윙을 하는 경우가 채 20%도 되지 않습니다. 풀스윙을 하면 가장 중요한 방향성을 잃기 때문입니다. 골프에서는 그린(목표)을 향한 방향성이 거리를 얼마나 보내느냐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골프에 익숙할수록 풀스윙보다 절제된 스윙을 많이 합니다. 프로 골프 선수들의 샷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간결하고 짧은 스윙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풀스윙의 위험을 잘 알고 있는 프로 골프 선수들은 과감하게 모험을 해야 할 때가 아니면 무리하게 풀스윙을 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도 인생도 골프의 스윙과 다르지 않습니다. 매 순간 욕심을 끝까지 부리는 사람은 스윙을 할 때마다 풀스윙을 하는 골프 초보자와 같습니다. 골프 스윙은 방향성을 잃지 않는 범위까지만 힘을 주고 계영배 술잔은 술이 밑으로 빠지지 않을 만큼만 채웁니다. 욕심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망치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까지만 부립니다. 조금 부족한 듯, 모자란 듯, 아쉬운 듯 절제된 욕심이 지혜로운 삶의 기본입니다. ©Sam